치매와 아름다운 동행

정도열 구의원, 치매 어머니 모시기

치매를 앓는 부모님이 계시면 가족관계가 붕괴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어머님의 치매가 가족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 경우도 많다.

“아가야, 이사 가야 하니까 얼른 좀 와서 짐 좀 싸라.”전화를 받은 손자들은 ‘아버지는 아무 말씀 없는데 할머님이 어인 일이지?’궁금해 하며 집으로 달려가니 할머니 방은 빈 박스와 박스테이프로 가득 차 있었다. 할머니는 ‘아파트가 곧 무너지니 이사 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정도열 의원은 그날 ‘어머니가 치매구나.’처음 생각하게 되었단다.

정도열 구의원은 6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어머님을 모시고 3대가 화목하게 살아가는 아주 평범한 가장이다. 하지만 그 ‘평범’에는 아주 특별한 노력이 있었다.

어머님은 오래전에 앉은뱅이로 평생 걸을 수 없다는 진단을 받으셨다. 하지만 지금은 생활에 불편이 없을 정도로 건강하다. 현대 의학으로는 분명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 ‘내 병 좀 가지고 가라!’고 애원을 하셨다. 그 뒤 어느 날 지팡이를 짚고 걷기 시작하시다 현재는 지팡이도 내다버렸다.

그런 어머님이 3년 전엔 자식도 몰라 볼 정도가 되어 파스처럼 붙이는 치매약을 처방받아 사용한다. 치매환자가 있는 집안은 매일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진다. 밥을 하시겠다고 솥이며 그릇이며 여럿 깨먹었다.

정도열 의원의 부인은 시어머니의 선생님이 되었다. 매일 신문을 가져다 드리고 소리 내어 읽게 하고 초등학생용 네모공책에 쓰기숙제를 내준다. 그 덕분인지 뇌의 기능이 조금씩 호전되어 지금의 상태로 좋아졌다.

동생들이 미안한 마음에 형제들이 십시일반 도와서 요양시설에 어머니를 입소시키자고 했지만 정도열 의원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은 내가 감당할 테니 너희들은 형수에게 잘하면 모든 것이 잘된다.”고 동생들의 생각을 꺾었다. 시동생들이 형수를 챙기니 명절이나 집안 대소사에는 형제들이 모이고 항상 웃음이 절로 난다. 할머니께 정성을 다하는 어머니를 보고 배우는 자식들도 자연스럽게 효성스럽다.

정도열 의원은 “치매는 불치병이라 생각하지 말고 가족이 뭉쳐야 좋아질 수 있다. 가족의 사랑과 관심이 치매의 진행을 더디게 한다. 오히려 어머니의 치매로 가족들의 사이가 좋아졌다.”고 말한다. 가족이 손잡으면 치매와 동행하는 길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노원신문 김상순 기자 kimss580@hanmail.net